영원히 잊히지 않는 장면이 있기 마련이다. 내게는 그런 장면들이 꽤 많다. 그 가운데 두 가지 장면에 관해 이야기하려고 한다. 두 가지 장면에 관한 이야기를 다 듣고 나면 그것이 결국 하나의 이야기라는 걸 알게 될 것이다. 이 두 가지 장면은 모두 한 명의 배우에 관한 이야기다. 그는 평생에 걸쳐 마흔세번 죽었고, 얼마 전 마지막으로 다시 죽었다. 이 원고는 그에게 바치는 글이다.
"자랑스러운 역사"란 왜곡된 자화자찬이 아니라 그 모든 부끄러움에도 불구하고 실수를 거듭해가며 우리가 여기까지 왔다는 사유와 반성으로부터 얻어지는 것이다. 과거는 대개 창피한 것이다. 그것을 사실 그대로 돌아볼 수 있는 정직함만이 늘 위대하다.어용언론과 정부는 지금의 역사 교육이 학생들의 자긍심을 고취하지 못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다음 세대를 정말 염려하는 공동체는 "민족의 자긍심"이라는 수사를 핑계삼아 과거를 미화하거나 편의대로 조작하는 대신, 우리는 이렇게 놀라울 정도로 한심했으나 적어도 그 내용을 정확히 남기니 부디 너희는 조금 더 잘해달라고 가르친다.